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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종이함' 하나로 1시간이 순삭됐던 미술 시간 어릴 적 미술 시간이 다가오면 책가방 속에서 제일 먼저 찾았던 건 크레파스도, 물감도 아닌 ‘색종이함’이었다. 한 칸 한 칸에 가지런히 접힌 오색찬란한 종이들이 담겨 있던 그 상자 하나면, 한 시간쯤은 훌쩍 지나가버리곤 했다.이제는 잊혔을지 모를 그 시절의 ‘색종이함’ 속 추억을 다시 꺼내본다. 1. 한 장의 종이로 시작된 상상의 세계색종이는 그저 네모난 종이 한 장에 불과했지만, 아이들의 손을 거치면 기적처럼 다양한 형태로 변신했다. 종이접기를 처음 배운 날, 선생님이 보여주신 종이학 한 마리는 마치 마법 같았다.정확한 선을 따라 접다 보면 어느새 날개를 펼친 학이 되고, 종이 한 장이 꽃이 되고, 또 배가 되고, 심지어 로봇이 되기도 했다.어떤 날은 친구들과 누가 더 빨리 종이비행기를 멀리 날리는지 .. 2025. 6. 2.
‘오목판’과 ‘퍼즐판’이 수업시간 필수였던 이유 학교 책상 위, 교과서 아래 몰래 숨겨진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교과서보다 집중을 더 요하게 만든 ‘오목판’과 ‘퍼즐판’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수업시간은 공부 시간이기도 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전략 게임의 시간이기도 했다. 왜 그 시절 교실에는 ‘오목판’과 ‘퍼즐판’이 빠지지 않았을까? 1. 지루한 수업 시간의 탈출구90년대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학교 수업은 일방적인 강의식이 대부분이었다. 교사의 말은 교과서를 읽는 듯한 단조로움으로 이어졌고, 학생들에게 그 시간은 마치 무한 루프와도 같았다.그러던 중 옆자리 친구가 작은 쪽지를 슬쩍 건넨다. 펼쳐보면 간단한 격자무늬와 동그라미, 엑스 표시. 바로 ‘오목판’이었다.교과서 안쪽에 종이를 끼워 넣고, 연필로 몰래.. 2025. 6. 1.
운동장 흙먼지 날리던 ‘양은 도시락’ 이야기 한낮의 햇살이 따사롭던 시절, 삐걱거리는 나무 책상과 검은색 가방 속에는 늘 반짝이는 ‘양은 도시락’이 있었다. 운동장에서 뛰놀다 보면 도시락에서 풍기는 고소한 냄새에 절로 침이 돌고, 뚜껑을 열 때의 설렘은 지금의 ‘랜선 맛집 탐방’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렬했다. 지금은 보기 힘든, 그러나 그 시절 어린이들에게는 일상의 일부였던 양은 도시락 이야기를 꺼내본다. 1. 반짝반짝했던 양은 도시락의 추억양은 도시락은 흔히 ‘알루미늄 도시락’으로 알려진, 얇은 금속 재질의 도시락통이다. 뚜껑을 닫을 때 특유의 ‘찰칵’ 소리가 났고, 밥과 반찬을 정갈히 담으면 반사가 될 만큼 빛났다. 부모님이 정성껏 싸주신 도시락은 투박한 외형과 달리 따뜻하고 소박한 사랑의 상징이었다.어린 시절에는 도시락의 외관보다 내용.. 2025. 5. 31.
‘스프링 공책’과 ‘초코송이 노트’, 추억의 디자인 복기 어릴 적 가방 속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던 것, 바로 ‘공책’이었습니다. 단순히 글씨를 쓰는 도구를 넘어 그 시절의 감성과 취향, 심지어 친구와의 관계까지 녹아 있던 공책. 그중에서도 ‘스프링 공책’과 ‘초코송이 노트’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 있는 대표적인 아이템입니다. 오늘은 그 시절 문구점의 주인공이었던 이 두 노트의 디자인과 특징, 그리고 당시에 우리가 느꼈던 감정을 다시금 복기해보려 합니다. 1. 문구점의 베스트셀러, ‘스프링 공책’스프링 공책은 말 그대로 금속 링으로 제본된 공책입니다. 양쪽으로 완전히 펼쳐지기 때문에 책상 위에 펼쳐놓고 쓰기 편했고, 때로는 한 장씩 뜯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학용품이었습니다.1) 다양한 표지 디자인스프링 공책의 가장 큰 매력 중 .. 2025. 5. 30.
그 시절 필통 안 필수 아이템, ‘자석 연필깎이’ 리뷰 어릴 적 필통을 열면 빠지지 않던 필수 아이템이 있었습니다. 연필, 지우개, 자… 그리고 자석 연필깎이. 단순한 연필깎이지만, 뚜껑을 열고 닫을 때 "딸깍!" 하고 붙는 자석 소리에 은근한 쾌감을 느꼈던 사람도 많았을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1990~2000년대 초등학생들의 필통 속 단골손님이었던 자석 연필깎이를 되돌아보며, 그 시절의 추억과 함께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다시 한번 리뷰해보려 합니다. 1. ‘자석 연필깎이’란 무엇이었나?자석 연필깎이는 작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플라스틱 연필깎이로, 뚜껑에 자석이 달려 있어서 닫으면 딱 맞게 붙는 구조였습니다. 일반 연필깎이처럼 나사를 돌려 고정하거나, 뚜껑을 조심스럽게 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뚜껑이 헐거워져서 연필가루가 새는 일이 적었고.. 2025. 5. 29.
‘철제 책상 + 나무 의자’ 시대, 왜 그렇게 불편했나? 한때 대한민국 모든 초중고교 교실을 가득 메웠던 ‘철제 책상 + 나무 의자’ 세트. 1980~200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풍경입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불편했는지, 또 그 불편함 속에서도 왜 오래도록 유지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1. 인체공학과 거리가 멀었던 디자인‘철제 책상 + 나무 의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체공학적 설계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이 시기의 책상과 의자는 모두 규격이 거의 동일했고, 학생들의 키나 체형에 맞춰 조절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성장기인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는 이러한 규격화된 가구가 자세 불균형, 척추 통증, 집중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었습니다.의자 등받이는 직각에 가깝고, 나무 판자는 딱.. 2025.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