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이라고 하면 흔히 카리브해의 해적선, 보물을 찾아 떠나는 외국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한국 역사 속에도 분명히 ‘해적’이 존재했으며, 그들은 조선 시대에도 조정과 백성들에게 큰 골칫거리였습니다.
오늘은 조선 시대의 해적, 그리고 그들과 맞서 싸운 조선 수군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한국의 해양 역사 속 한 페이지를 들여다보겠습니다.

1. 고려 말 조선 초, 동아시아의 악명 높은 '왜구'
한국 역사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해적은 바로 왜구입니다.
왜구는 주로 일본 규슈 지역 출신의 무장 해적 집단으로, 14세기 후반 15세기 초까지 한반도 남해안과 서해안, 심지어 중국 해안까지 습격하며 악명을 떨쳤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해상 약탈뿐 아니라, 내륙 깊숙이까지 침투해 마을을 불태우고 백성을 납치하거나 살해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고려 말기와 조선 초기에 왜구의 침입이 극심했고, 그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 역시 왜구를 토벌하며 무장으로서 명성을 쌓았고, 그의 업적 중 하나로 1380년 황산대첩이 있습니다. 이 전투에서 이성계는 왜구의 수장 아지발도를 사살하며 승리를 거두었죠.
왜구의 위협은 단순한 군사 문제를 넘어서 국가 안보, 해상 무역, 어업 생계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힌 존재였습니다.
2. 조선 수군의 조직적 대응 – 해상 치안의 시작
조선은 왜구의 잦은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적인 해군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그 중심이 바로 수군입니다. 조선의 수군은 단순히 전쟁을 대비한 군사 조직이 아니라, 연안 방어와 해상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 역할도 겸했습니다.
특히 세종대왕은 수군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의 시대에는 거북선 이전의 철갑선 개념, 수군 진영 재편, 해상 초소의 확대가 이뤄졌습니다.
또한 통제영, 우수영, 좌수영 등의 해군 기지들이 남해안 곳곳에 설치되어 각 지역의 해상 질서를 유지했습니다. 이 체계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의 뼈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수군은 해적과의 직접적인 전투뿐 아니라, 불법 어업, 밀수, 도망 노비의 해상 탈출 등을 단속하는 역할도 맡았으며, 국가의 바다 경계를 지키는 실질적인 방패였습니다.
3. 조선판 ‘해적왕’? 한국 출신의 바다 도적들
흥미롭게도, 해적이 꼭 외국에서만 오는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조선 내에서도 불만을 품은 백성이나 몰락한 무사, 불법 상인들이 해적 무리로 변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조선 중기에는 남해안과 서해안 일부 지역에서 밀수와 해적질을 일삼던 무리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조선 수군의 단속망을 피해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며 활동했습니다.
특히 세종 시대에는 조선 내부에서 양민을 가장한 해적들이 출몰해, 백성들을 납치하거나 조세를 갈취하는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이들은 ‘도적’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명백히 해상에서 활동한 이들이었기에 조선의 바다 해적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국내 해적 세력은 대부분 체포되거나, 조선 수군과의 전투 끝에 해산되었지만, 국내에도 해적 문화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단서입니다.
4. 임진왜란과 이순신 – 해적과의 싸움을 넘어선 대서사시
해적을 이야기하면서 이순신 장군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 수군 역시 일부는 정규군이 아닌, 해적 출신 무장들이었습니다.
실제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규합한 수군 중에는 왜구 출신도 많았고, 이들은 해적의 전술을 그대로 전쟁에 사용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이런 바다 전투에 특화된 적들을 상대로 뛰어난 전략과 전술로 맞섰습니다. 그의 한산도 대첩, 명량 해전, 노량 해전 등은 단순한 국가 간 전쟁이 아니라, 해상 무장 집단과의 전략적 충돌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이 만든 거북선은 해적과 같은 기동력 중심의 해상 전투에 대비한 최첨단 무기로, 조선 수군의 상징이자 조선 해양 방어의 결정체였습니다.
5. 마치며: 한국 바다에도 ‘검은 깃발’이 나부꼈다
조선의 바다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외세의 침략뿐 아니라, 해적과의 치열한 전투의 역사이기도 했습니다.
왜구라는 외부 세력부터, 내부에서 생겨난 해적 무리들까지—조선은 바다 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끊임없이 이어왔고, 이를 통해 해양 주권과 민중의 안전을 지키려 노력했습니다.
오늘날에도 해적은 영화나 게임의 소재로만 남아 있지만, 그들의 흔적은 우리 역사 속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 바다 위에서 수많은 이름 없는 병사들과 수군 장수들이 해적과 싸우며 나라를 지켜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