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약 500년간 지속된 왕조로, 27명의 왕들이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이 긴 시간 동안 각양각색의 왕들이 있었고, 그들의 성격과 취향도 천차만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기이하고 특이한 습관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왕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조선 왕들 중에서 ‘버릇’ 혹은 ‘이상한 습관’으로 후대의 관심을 끌었던 몇몇 왕들의 이야기를 소개해보겠습니다.
1. 연산군 – 거울을 즐겨 부수던 왕
연산군(재위 1494~1506)은 조선 역사상 가장 폭군으로 평가받는 왕 중 한 명입니다. 특히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에서는 그의 이상 행동이 자주 언급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거울을 부수는 버릇입니다. 연산군은 종종 궁궐 내에 비치된 거울을 깨부수었다고 전해집니다.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거울 속 자신이 어머니를 죽인 세력과 닮았다고 느껴 혐오감을 느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인 폐비 윤 씨가 사약을 받고 죽임을 당한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그 분노와 트라우마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런 심리적인 불안정이 거울 파괴라는 기이한 습관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2. 정조 – 책 냄새에 집착한 왕
정조(재위 1776~1800)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성군으로 꼽힙니다. 그는 학문과 예술에 조예가 깊었으며 규장각을 설치하여 지식인의 역할을 강화했습니다. 그런데 이 성군에게도 조금은 이상한 습관이 있었습니다. 바로 책 냄새를 맡는 버릇입니다.
정조는 책을 매우 사랑한 나머지, 책을 펼치자마자 그 냄새를 맡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종이 냄새와 먹 냄새, 심지어는 필사한 사람의 손 냄새까지 구분했다고 전해지며, 책 냄새를 맡으며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독특한 습관은 오히려 정조의 학문적 열정과 관련이 있으며, 오늘날에는 '서적 향'을 즐기는 사람들과 닮은 점이 있어 긍정적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3. 태종 – 새벽 산책을 즐기던 왕
태종 이방원(재위 1400~1418)은 조선을 다지기 위한 강력한 왕권 강화 정책을 펼친 인물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냉정하고 강단 있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의외로 새벽 산책을 즐기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태종은 날이 밝기 전인 새벽 시간에 궁궐 내를 혼자 거닐며 나라의 안위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때로는 궁궐 밖까지 나가 백성들의 삶을 몰래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산책은 단순한 건강관리 이상의 의미로, 나라를 책임지는 군주로서의 의무감을 표현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신하들은 이러한 습관을 부담스러워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갑자기 왕이 등장할지 몰랐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태종은 우연히 마주친 관리들에게 즉석에서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식견을 시험하기도 했습니다.
4. 숙종 – 음식에 집착한 미식가 왕
숙종(재위 1674~1720)은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갈등으로 유명한 왕이지만, 한편으로는 음식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그는 계절 음식에 매우 예민했다고 하며, 각 지방의 특산물을 계절에 맞게 올리지 않으면 신하들을 크게 꾸짖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경상도에서 멸치를 제때 바치지 못했을 때는 관련 관리를 문책했을 정도입니다.
또한 숙종은 직접 요리법을 기록하거나 조리 방식에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왕 중의 셰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미각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고종 – 커피에 빠진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재위 1863~1907)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근대화 정책을 추진했던 군주입니다. 그는 서양 문물에 관심이 많았으며, 특히 커피를 즐겨 마셨던 왕으로 유명합니다.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던 시절부터 커피에 매료되었고, 이후 덕수궁 내 정관헌이라는 건물에서 매일 커피를 마시며 정무를 봤다고 합니다. 이곳은 당시 ‘왕의 커피룸’으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이후 고종의 영향으로 조선 상류층 사이에서도 커피가 유행했고, 근대 커피 문화가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의 커피 사랑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서 근대적 사고방식을 상징하는 습관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6. 마치며: 기묘함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면모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왕들은 대체로 위엄 있고 권위적인 이미지로 다가오지만, 그들도 결국 한 사람의 인간이었습니다. 이상한 습관이나 버릇은 당시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을지 몰라도, 그것이야말로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오늘 소개한 왕들 중에서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인물이 있었나요? 역사는 멀고 어렵기보다,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다가오면 훨씬 가깝고 재미있게 느껴질 것입니다.
조선의 왕들을 조금 더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