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산업화의 물결이 거세게 일던 대한민국. 그 속에서 고등학생이었던 누군가가 잡지 한 편에 조심스레 마음을 담아 보냈다. 당시엔 평범했을 수도 있는 글이, 지금 다시 읽어보면 신선한 감동과 시대적 공감, 그리고 잊고 있던 무언가를 되찾게 만든다. 오늘은 그 시절 독자투고를 읽으며, 우리 부모님의 청춘과 대한민국의 변화를 되새겨본다.
1. 낯설지만 정겨운 문장들 – 그때 고등학생의 진심
독자투고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하루하루가 참 빠릅니다. 아침 조회를 마치고 다시 해가 지기까지는 어느새, 또 하루가 흘러 있지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우리는 1970년대 고등학생의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지금의 10대와는 또 다른 진지함, 성숙함, 그리고 ‘사회’에 대한 고민이 문장 곳곳에 배어 있다.
당시 고등학생은 가족의 생계를 돕기도 하고, 대학 입시에 모든 것을 걸며 살았다. 지금처럼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오직 연필과 종이, 라디오와 잡지가 그들의 친구였던 시대다.
글 속에는 교복을 입고 하루하루를 견뎌내던 ‘나’의 모습, 그리고 그 시대 청춘들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 ‘우리’라는 단어의 무게 – 공동체 의식의 뿌리
투고글 곳곳에는 ‘우리 반’, ‘우리 학교’, ‘우리 가족’, ‘우리나라’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요즘 세대에게는 다소 무겁고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표현들. 하지만 당시는 ‘나’보다 ‘우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였다.
예를 들어, 글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우리 반 친구 중 철호는 요즘 들어 말이 없어졌다. 아버지가 공장에서 다쳐 쉬고 계시다는데, 도와줄 방법이 없어 마음이 아프다.”
지금으로서는 사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당시엔 잡지 독자투고를 통해 친구의 사정을 알리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것이 바로 공동체였고, 지금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3. 시대를 초월한 고민 – 입시, 미래, 그리고 가족
놀랍게도 70년대 고등학생이 쓴 글에서도 ‘입시 스트레스’는 주요 화제다. 글쓴이는 수학 성적에 대한 고민, 부모님의 기대, 그리고 진로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적어 내려간다. 이 부분은 지금의 고등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에 꼭 가야만 하는 걸까.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아버지는 공무원이 되라 하신다.”
이 짧은 문장에는 세 가지 고민이 담겨 있다. 개인의 꿈, 가족의 기대, 그리고 사회적 기준. 시대는 변해도, 청춘의 고민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자투고라는 작은 창을 통해 70년대 고등학생의 내면을 들여다보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 투영되는 느낌이다.
4. 잊혀진 감성, 다시 만나다
지금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는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진다. 짧은 영상, 간결한 텍스트, 빠른 피드백. 그러나 70년대의 독자투고는 달랐다. 손글씨로 조심스레 적어내려간 문장 하나하나에, 그들의 ‘시간’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당시엔 글을 보낼 때 우표를 붙여야 했고, 편지를 기다리는 시간도 길었다. 그만큼 글의 ‘무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독자투고가 실리면 온 가족이 모여 잡지를 펼쳐봤고, 이웃들이 함께 읽으며 응원을 보냈다.
이런 ‘느린 감성’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되찾아야 할 정서가 아닐까?
5. 마무리하며 – 그 시절을 기억하는 방법
70년대 고등학생의 독자투고를 읽으며 우리는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현재를 돌아보는 ‘거울’을 얻게 된다. 그들이 남긴 글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닌,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금도 많은 10대들이 고민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선다. 그런 이들에게 70년대 한 고등학생의 진심 어린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포기하지 말자. 지금은 힘들지만, 언젠가 웃으며 말할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