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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헤드 프로젝터’ OHP 필름 시절의 교실 풍경

by 행복한달조 2025. 6. 4.

분필로 쓰던 칠판의 모습옆에 화면을 통해서 수업을 하던 모습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현대 컴퓨터와 TV와는 다른 모습인데요. 그 당시에는 분필의 단점을 보완하여 나온 수업이라 신기해하며 좋아했지만 그와 다르게 아직 불편한 점들이 많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그 OHP에 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버헤드 프로젝터’ OHP 필름 시절의 교실 풍경
OHP

 

1. 교실 한 켠, 커다란 장비의 존재감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많은 학생들의 기억 속에는 ‘OHP’라는 단어가 깊게 새겨져 있습니다. 교실 앞 칠판 옆에 놓인 낯선 투명판 투영기, 그것이 바로 OHP입니다.
크고 납작한 상자 형태의 장비 위에 투명한 OHP 필름을 올려놓고, 그 위에 수성펜으로 내용을 써가며 수업을 진행하던 광경은 이 시절 교실의 상징적인 풍경이었습니다.

특히, OHP는 칠판에 글씨를 쓰고 지우는 번거로움 없이 한 장의 필름만으로도 긴 내용을 미리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 있던 도구였죠. 또 판서 도중 팔로 칠판을 지워버릴 일도 없어, 깔끔한 수업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밝기와 각도. 창가 쪽 햇살이 강한 날에는 스크린이 제대로 보이지 않거나, OHP의 빛이 아이들의 눈에 직접 들어와 짜증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종종 교실 커튼을 모두 치고 수업을 진행했던 이유도 바로 OHP 때문이었죠.

 

2. OHP 필름, 손으로 쓰고 프린트하고 복사했던 시절

OHP를 사용하려면 전용 필름이 필요했습니다. 이 필름은 일종의 투명 시트로, 일반 프린터에 출력할 수도 있었지만 가격이 비싸거나 잉크가 번져 실패하기 일쑤였죠. 그래서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직접 수성펜으로 내용을 손으로 작성하곤 했습니다.

보통은 도화지 위에 밑그림을 그려두고, 그 위에 필름을 덧대어 따라 그리는 식이었는데, 손글씨 실력이 어느 정도 요구되던 작업이었습니다. 특히 수학이나 과학 시간에 나오는 도형, 그래프, 화학식 같은 경우는 선생님들의 예술혼이 담긴 정성의 결과물이었죠.

수업용으로 제작한 필름은 한 번 쓰고 버리지 않고, 플라스틱 포켓 파일에 차곡차곡 정리해두기도 했습니다.
수능 대비 특강이나 모의고사 해설 시간에는 학생용 OHP 필름을 복사해 나눠주기도 했는데, 종이에 인쇄된 필름 복사본은 색감도 흐리고 잘 안 보여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크린을 보던 기억도 납니다.

 

3. 손으로 짚으며 설명하던 선생님의 모습

OHP 수업의 또 다른 상징은 선생님의 손이었습니다. OHP에 필름을 올리고, 손가락으로 직접 필름 위를 짚어가며 설명하는 모습, 그리고 그 손 그림자가 스크린에 커다랗게 비치는 장면은 많은 학생들에게 인상 깊게 남아 있죠.

특히 수학 공식이나 과학 도식을 설명할 때, 선생님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방향과 말의 리듬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아이들은 그 그림자와 목소리를 따라가며 자연스레 개념을 이해해갔습니다.

또 하나의 재미는 그림자놀이. 쉬는 시간에 호기심 많은 친구들이 OHP를 켜두고 손으로 토끼나 오리를 만들어 벽에 비추며 장난치기도 했죠. 심지어 일부 수업 시간에도 몰래 장난을 치다 혼이 나던 기억이 있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4. 디지털 교실 전환과 함께 사라진 OHP

2000년대 중반부터는 빔 프로젝터와 전자칠판, 그리고 PPT 기반 수업이 점차 확산되면서 OHP는 점차 자취를 감췄습니다. 컴퓨터로 제작한 슬라이드를 바로 보여주거나, 전자펜으로 칠판 위에서 인터랙티브 하게 수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OHP는 구식 장비가 되어버렸죠.

하지만 그 시절 OHP는 단순한 투영 장비를 넘어, 교사의 수업 방식과 준비 과정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손글씨로 직접 필름을 만들고, 수업이 끝난 뒤에는 알코올 솜으로 지워 재사용하던 모습은 오늘날 보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OHP의 퇴장은 수업의 디지털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진행된 변화지만, 직접 만들고 설명하고 소통하던 아날로그 수업의 따뜻함은 여전히 그리운 풍경으로 남아 있습니다.

 

5. 맺으며: 교실의 한 시대를 함께했던 OHP

‘오버헤드 프로젝터’는 단순한 수업 도구를 넘어서, 한 시대의 교실 문화를 대표하던 아이콘이었습니다.
디지털이 지배하는 오늘날의 교실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그 OHP 빛 아래에서 많은 학생들이 개념을 익히고 꿈을 키워갔습니다.

지금도 일부 오래된 학교나 강당에서는 먼지 쌓인 OHP가 구석에 남아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장비를 보면, 왠지 모르게 그 시절 교실 풍경이 떠오르고, 선생님의 손그림자와 함께한 따뜻한 수업시간이 눈앞에 아른거리죠.

혹시 당신도 OHP 필름에 손그림을 따라 그려보거나, 그림자를 비추며 장난치던 기억이 있나요?
그 시절을 기억하는 모두에게, 오늘은 잠시 그 빛바랜 필름 한 장을 넘기듯 추억을 꺼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